성지순례라는 말을 들으면 혹시 산티아고 순례길처럼 엄청 많이 걷는 고행부터 떠오르시지요? 저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작년(2025년 8월) 희년 기간에 부산 남천성당을 다녀온 뒤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성지순례는 일부러 먼 곳을 찾아가거나 특별한 준비 없이도 마음을 멈추고 쉬어가는 시간이 더 중요함을 느꼈습니다
친정이 부산이라 가족득과 미사드리러 방문했는데 성당 미사드리고 성모동산 그리고 성당 카페까지 경험하다 보니 하루 일정 전체가 정리되는 느낌이었습니다.

방문 전 꼭 확인해야 할 주차
솔직히 처음 남천성당에 간다고 했을 때 주차 걱정은 크게 안 했습니다. 성당이니까 당연히 넓은 주차장이 있겠거니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일요일 교중미사(敎中彌撒) 시간에 도착하니 현실은 달랐습니다. 교중미사란 주일 미사 중 가장 많은 신자가 참여하는 대표 미사로, 보통 오전 10시에서 11시 사이에 진행됩니다. 그 시간대에 성당 주변은 신자 차량으로 가득 찹니다.
성당 내부 주차장이 있기는 하지만 규모가 넉넉하지 않아서, 저처럼 미사 시작 직전에 도착하면 주변 골목에 주차해야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골목이 워낙 좁아서 초행이라면 꽤 당황스러울 수 있습니다. 주말에는 부산 지하철 2호선을 이용하는 것이 훨씬 편합니다. 남천역이나 금련산역에서 도보로 이동이 가능하고, 버스 노선도 성당 앞까지 연결됩니다.
부산 대중교통 이용 시 경로는 부산 교통공사 공식 사이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출처: 부산교통공사). 평일이라면 주차 여유가 있을 수 있지만, 성지순례나 여행 목적이라면 굳이 주말 미사 시간을 피하거나 대중교통을 선택하는 것이 마음 편합니다. 주차 때문에 에너지를 다 쓰고 나면 정작 성당에서 쉬어가는 느낌이 반감되거든요.
- 주말 교중미사 시간(오전 10~11시)에는 성당 주차장이 거의 만석입니다.
- 부산 지하철 2호선 남천역 또는 금련산역에서 도보 이동이 가능합니다.
- 평일 방문이라면 주차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 성당 내부는 미사 진행 공간이므로 단정한 복장이 필요합니다. 반바지보다는 긴 바지나 무릎 아래 치마를 권장합니다.
복장 이야기를 덧붙이자면, 성당 안은 관광지가 아니라 실제로 전례(典禮)가 진행되는 공간입니다. 전례란 종교적 의식과 예배를 아우르는 개념으로, 신자들에게는 일상 신앙생활의 중심입니다. 그 공간에 외부인이 들어가는 만큼 기본적인 예절을 갖추는 것이 서로를 위해 좋습니다.
노아의 방주를 닮은 외관, 그리고 압도적인 스테인드글라스
처음 성당 건물을 보는 순간 멈칫했습니다. 보통 성당이라고 하면 뾰족한 첨탑을 먼저 떠올리는데, 남천성당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돛처럼 솟은 구조물과 배 모양의 전체 실루엣이 꽤 강렬했습니다. 알고 보니 이 건축물은 구약성경의 노아의 방주(Noah's Ark)를 형상화한 것이었습니다. 노아의 방주란 성경에서 홍수로부터 인류와 생명체를 구원하기 위해 만든 배로, 인류 구원의 상징으로 쓰입니다. 바다 도시 부산과 이렇게 잘 어울리는 종교 건축물이 있다는 게 인상 깊었습니다.
그런데 외관보다 더 강렬한 건 내부였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높은 천장을 가득 채운 거대한 푸른빛 유리가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스테인드글라스(stained glass)란 색유리를 이어 붙여 빛을 통과시키는 장식 창으로, 중세 유럽 성당 건축의 대표적인 요소입니다. 남천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는 프랑스 작가 빅토르 카시뇰(Victor Cassinol)의 작품으로, 아시아에서도 손꼽히는 규모로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부산교구 가톨릭).
아침 햇살이 들어오는 시간에 맞춰 방문하니 유리를 통과한 빛이 여러 색으로 내부를 물들이는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바닷속 같기도 하고 우주 같기도 한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사진으로는 도저히 그 분위기가 담기지 않았습니다. 저는 원래 여행지에서 휴대폰을 손에서 못 놓는 편인데, 그날만큼은 자연스럽게 내려놓게 되더군요. 기도 중인 신자분들 사이에서 그냥 가만히 앉아 빛이 움직이는 것만 바라봤습니다.
미사를 마치고 나서는 성모동산(聖母洞山)과 십자가의 길을 천천히 걸었습니다. 성모동산이란 성모 마리아를 기리기 위한 야외 기도 공간으로, 조각상과 정원이 조화를 이루는 구성입니다. 잘 정돈된 길을 따라 걷다 보니 가족끼리 대화도 자연스럽게 줄어들고 각자 조용히 풍경을 바라보는 시간이 만들어졌습니다. 평소 여행지에서 이런 경험은 거의 없었는데, 이날은 달랐습니다.

미사 끝나고 팥빙수, 그리고 꽈배기까지
솔직히 성당 카페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머릿속에 그려진 건 자판기 커피 한 잔 뽑아 마시는 이미지였거든요. 그런데 실제로 들어가 보니 봉사자분들이 직접 운영하는 아기자기한 공간이었고, 분위기가 굉장히 따뜻했습니다.
아이들이 팥빙수를 먹고 싶다고 해서 주문했는데, 나오는 양이 예상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팥도 넉넉하게 올라가 있었고 무엇보다 가격이 일반 카페의 3분의 1 수준이었습니다. 밖에서 사 먹으면 만 원 가까이하는 팥빙수인데, 이 가격이면 정말 놀랄 만했습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깔끔하게 준비되어 있었고, 미사 후 잠시 앉아 숨을 고르기에 딱 좋은 공간이었습니다.
카페를 나오다 보니 성당 인근에 꽈배기 전문점이 보였습니다. 그냥 지나치려다 이미 손님들이 줄지어 들어가는 걸 보고 발걸음이 멈췄습니다. 막상 들어가 보니 꽈배기 종류만 다섯 가지였습니다. 단순히 설탕 뿌린 꽈배기 한 종류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각기 다른 맛과 토핑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고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여러 종류를 조금씩 사서 먹으며 걸으니 하루 마무리가 꽤 즐거웠습니다.
희년(禧年, Jubilee Year)이라는 계기가 있어서 방문했지만, 그 의미를 떠나도 남천성당 자체로 충분히 기억에 남는 하루였습니다. 희년이란 가톨릭에서 특별한 은총의 시기로 선포하는 해로, 2025년은 교황 프란치스코가 선포한 공식 희년입니다. 전대사(全大赦)를 받을 수 있는 조건 중 하나가 지정 순례지 방문인데, 부산교구 주교좌성당인 남천성당이 그 순례지 가운데 하나로 지정되었습니다. 전대사란 고해성사와 일정 조건 이행을 통해 죄에 따르는 벌을 면하는 은혜를 뜻합니다. 희년에 남천성당 전대사 장소에 방문해서 제게는 의미가 깊었습니다.
부산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광안리 바다를 보기 전이나 후에 남천성당을 일정에 한 번 넣어보시길 권합니다. 가톨릭 신자가 아니더라도 건축물 자체로, 스테인드글라스의 빛으로, 그리고 조용히 걸을 수 있는 성모동산으로도 충분히 방문 가치가 있는 곳입니다. 주말 미사 시간대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마음 편하고, 카페와 꽈배기까지 포함하면 반나절 코스로도 알차게 돌아볼 수 있습니다. 저에게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마음이 잠시 쉬어간 장소로 남아 있습니다.